"미래의 부를 당겨 쓰는 시대"

배달 알바 이야기

배달비? 배달료? 아무튼 그게 비싸다고 난리들인데 본질은 이겁니다.

갱이 오빠 2022. 4. 12. 10:56

 

결론부터 먼저 말하고 갑시다.

 

개인적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 음식값 외에 추가로 지출할 돈이 부담되면 배달을 안 시키면 되는 겁니다.

 

음식점 사장님도 순수하게 배달비 자체가 비싸다고 생각되면 배달 주문을 안 받으면 되는 겁니다.

 

현재의 시장 가격이 그로 인해 얻을 효용보다 비싸다고 생각되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안 사면 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니까.

 

그런데 이건 알고 갑시다.

 

 

 

 

지금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가게 홍보 비용과 기타 결제 대행 비용을 제외한 배달비 부분은 앞선 두 비용과 전혀 별개라는 겁니다.

 

배달 주문이 이루어지려면 음식점과 주문 고객, 배달원, 그 셋을 중계할 대행업자 이렇게 네 주체가 필요합니다.

 

이들 관계 중 지금 언론이 연일 때리는 부분의 핵심은 가게와 중계인(배달 플랫폼)간의 계약 관계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외의 관계까지 뭉뚱그려서 본질을 흐리고 있습니다.

 

예전에 소위 전단지 또는 쿠폰북으로 가게 홍보를 하고 배달은 가게에서 직접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영업하는 가게들이 있지만, 이미 시대가 변해서 배달앱이 배달 시장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지 오래입니다.

 

가게에서 배달을 하려면 방문 배달이든 전화 주문이든 직접 응대를 해서 주문을 받아 음식을 조리한 후 배달 직원이나 사장이 직접 배달을 해내야 하는데, 주문을 받고 주방에서 조리를 하고 배달 직원을 관리하는 것까지 모두 가게에서 감당하기란 결코 효율적이지 못한 일입니다.

 

그래서 배달대행업이 생겨났고, 배달 부분에 대하여는 건당 배달수수료(배달원 인건비+일정 수수료)만 내면 배달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뀐 겁니다.

 

이때 배달원은 앞에서 언급한 '배달원 인건비'에서 중계 수수료 명목으로 일정액을 떼인 후 정산을 받습니다.

 

당연하죠. 배달 대행 업체는 중계에 관한 수수료를 일부 떼어서 사업을 운영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가게 홍보는 여전히 가게의 몫이 되는 단계.

 

전단지 한 번 내려면 그 전단지에 참가하는 가게들이 돈을 내야겠죠?

 

근데 이 전단지라는 게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못한 시대에 접어듭니다.

 

환경 이슈 때문에 종이를 쓰는 비용도 비싸졌고요.

 

 

어쨌든 이 가게 홍보에 관한 부분이 IT 시대를 맞으면서 배달 플랫폼이라는 신사업 구조가 생겨나게 됩니다.

 

그러면 이제 가게와 플랫폼 간에는 홍보 대행 비용과 주문 중계 비용, 결제 대행 비용, 배달원 인건비 분담금 등의 정산 관계가 형성되고, 배달원과 플랫폼 간에는 배달원 인건비와 중계 수수료 정산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언론이 떠들어대는 내용들을 보면 이들 세부 항목들을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쓰면서 은근 슬쩍 가게와 소비자를 한 편으로 묶고 배달 플랫폼과 배달원을 다른 편으로 묶어서 싸움을 붙이는 양상입니다.

 

어이가 없는 상황이죠.

 

이런 언론의 왜곡 때문에 '배달비' 또는 '배달료'라고 하면 배달원이 받는 돈으로 오해들을 하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배달이라는 일은 공산품 생산이나 기타 서비스와는 달리 분업이 불가능합니다.

 

어떤 경우든 한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그 보수를 계산할 때는 그 배달에 들어가는 시간과 운송 수단 관리나 보험 기타 위험 부담에 들어가는 비용등을 고려해서 산정한 금액 이하로는 깎을 수가 없습니다. 만일 그보다 하회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착취'가 되는 것이죠.

 

더욱이 음식 배달은 택배와 달라서 소량을 빠르게 전달하는 일이고, 그에 따른 보수는 엄연히 다량을 긴 시간 동안 배달하는 택배와는 다르게 책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당장 내가 주문한 음식을 그 식당에 가서 가져오는 일을 남에게 시키는 대가인 건데, 이에 대해 적당한 보수가 2천원에서 3천원 수준이라고 하는 건 남의 노동을 거저먹겠다는 거죠.

 

물론 여러 배달 건을 묶어서 차례로 전달하는 거라면 어느 정도는 합리적인 가격입니다만, 단건 배달의 경우는 다릅니다.

 

이 때는 배달원 한 사람이 한 사람의 주문만을 위해서 일을 하게 되는 거니까요.

 

그 시간과 노력의 가격이 그만큼 올라가는 겁니다.

 

 

지금 일반 배달 대행의 기본 콜비는 4천원 수준입니다.

여기에서 중계 수수료 얼마를 떼고 받는 겁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단건 배달이 아니라 묶음 배달을 하면서 받는 기본 배달 수수료가 이 정도 된다는 겁니다.

 

이에 비해 배민원(단건 배달) 콜을 수행하는 배민커넥터는 3000원의 기본 콜비를 받습니다.

쿠팡이츠(단건 배달) 콜을 수행하는 배달 파트너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낮은 기본 콜비를 받고 있어요.

 

소비자는 이런 사정을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가게 사장님들이 배달비가 비싸다고 막연하게 얘기하니까. 또 몇몇 배달원이 연봉이 얼마네 해대니까. 언론이 정확한 취재 없이 일방적인 입장만을 보도해대니까. 소비자는 덩달아 배달비가 문제라고만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배달비가 왜 만원까지 치솟느냐.

 

이것도 순전히 오해가 커진 부분입니다.

 

배달비 중에 배달원에게 가는 돈은 엄밀히 배달원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에 대한 대가라는 것에는 모두 동감합니다.

 

이 대가는 배달 주문이 체결되는 때를 기준으로 이동 거리, 날씨, 콜 대비 배달원 수 등을 반영하여 책정됩니다.

 

일정 시간 동안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서 사람의 용역을 이용하는 대가로 미리 정해지는 금액이라는 겁니다.

 

거리가 먼 만큼, 악천후인 만큼, 주문량 대비 배달원 수가 적은 만큼 그 금액이 비싸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배달 보수에 할증이 적용되는 걸 무시하면 배달이라는 서비스가 성립되기 위한 네 사람 중 한 사람이 없어지기 때문에 배달 서비스 성립 자체에 지장이 생기는 겁니다.

 

모범 택시를 타면서 서비스의 질과 이동 거리에 따른 추가 요금을 거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배달 주문이 이루어지려면 네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죠?

 

가게, 소비자, 배달 플랫폼, 배달원.

 

여기에서 배달비에 관하여는 배달원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이 어떻게든 모아서 배달원에게 줘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접하는 '배달비' 이슈에서 놓치면 안 되는 본질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단건 배달의 경우 그 이동 거리나 날씨를 고려할 때 배달원이 얼마를 받으면 적정하다고 보는지.

세 사람이 모은 배달비가 배달원에게 적정하게 전달되고 있는지.

 

이게 중요한 거란 말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애써 외면하고, 가게가 비용 절감을 못해서 허우적대는 걸 '배달비' 문제로 간단히 치환해 버리는 건 본질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논의가 되고, 결국 두 편으로 갈라서 싸움 붙이는 거밖에는 안 됩니다.

 

소비자와 소상공인을 한 편으로 묶고 배달원은 플랫폼 쪽에 묶어서 서로 싸우게 하는 건 부당한 겁니다.

 

세상이 그렇게 깎두기 썰듯이 간단한 게 아닌 거예요.

 

 

같은 품질이면 싸게 사는 게 합리적인 건 맞습니다만, 모두가 싼 것만 찾으면서 품질에 합당한 가격을 깎으려고만 들면 결국 좋은 품질의 재화나 서비스는 시장에서 사라집니다.

그 끝은 국가 전체적인 품질 저하로 인한 GDP 감소, 즉 공멸인 겁니다.

서로의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인정해주는 시장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