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소리

경찰도 헷갈리는 '교차로 우회전' 법

갱이 오빠 2023. 5. 16. 00:57

어떤 것을 쉽게 설명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사람을 헷갈리게 할 때는 오히려 근거가 되는 법률을  직접 볼 필요가 있다.

 

세상 모든 행동을 알고리즘화 또는 공식화, 함수화해서 풀려고 하다 보면, 그것만 제대로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는 착각에 빠지고, 정작 개선은 되지 않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단속 경찰들마저 헷갈리는 우회전 법.

오죽하면 계도기간을 또 5월 21일까지로 연장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교차로에서만 문제되는 법규가 아닌데, 교차로에서의 인명 사고를 줄이기 위해 '교차로'를 강조하다 보니 단속 경찰들마저 정확한 기준을 모르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긴다.

 

왜 유독 '교차로'에서 어려움을 겪는지를 생각해보면, 교차로에서는 특히 아래의 모든 단속 상황을 한꺼번에 만나게 되기 때문인 것 같다.

 

어지러울 때는 그 줄기와 뿌리를 보면 오히려 알기 쉽다.

 

 

도로교통법의 원칙적인 내용은 이렇다.

 

다음의 법률 조항 네 개만 이해하면 된다.

 

 

첫 번째.

도로교통법 제25조(교차로 통행방법) ① 모든 차의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를 서행하면서 우회전하여야 한다. 이 경우 우회전하는 차의 운전자는 신호에 따라 정지하거나 진행하는 보행자 또는 자전거등에 주의하여야 한다. <개정 2020. 6. 9.>

 

위 법률에 따르면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려고 할 때 전방 신호가 적색이라면 일시 정지해야 한다.

 

이는 교차로 진입 전에 나의 전방 신호가 적색일 때는 좌측에서 우측으로 진행하는 차량이나 전방에서 좌회전하는 차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운전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의무를 정한 것이다.

횡단보도와 무관하게 당연히 지켜야할 법규다.

이 경우 정지선은 당연히 횡단보도를 지나기 전에 만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할 수밖에 없다.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사실상 계도 기간이 길어서 단속이 이루어 지지 않는 동안 거의 모든 운전자들이 '신호 위반'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봐야 한다.

 

교차로 진입 전 횡단 보도 앞 정지선에 멈췄다 갈 건지 말 건지는 전방 신호가 녹색이냐 적색이냐에 따르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다.

교차로 전방 신호가 적색임에도 일시 정지 하지 않으면,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이 아니라 정지선을 기준으로 '신호 위반'으로 단속된다.

교차로 통행방법을 규정한 취지는 '양보 운전'에 있기 때문에 이를 어기기 전에는 '신호 위반'으로 단속하는 것이 맞다.

 

두 번째.

 

도로교통법 제27조(보행자의 보호) 제1항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보행자(제13조의2제6항에 따라 자전거등에서 내려서 자전거등을 끌거나 들고 통행하는 자전거등의 운전자를 포함한다)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 정지선을 말한다)에서 일시정지하여야 한다. <개정 2018. 3. 27., 2020. 6. 9., 2022. 1. 11.>

 

위 조항은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을 단속하는 근거 규정이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의 경우에는 언제나 보행자를 위해 열려 있는 보행로이지만, 보행자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 좌우에 차가 오는지를 먼저 살피고 건너야 할 주의 의무가 있고, 차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지 살피면서 서행할 의무가 있으며,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반드시 그 앞에서 일시 정지했다가 서행 출발해야 한다.

 

문제는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

 

이때는 신호등이 녹색등인지 적색등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신호등이 녹색이거나 녹색 점멸 중이라면 차로가 잠시 차단되고, 보행자를 위해 횡단보도가 놓이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당연히 횡단보도 위에 있는 사람을 보호할 의무가 운전자에게 있다.

 

이 상황에서는 반드시 그 앞에서 또는 그 앞의 정지선에 일시 정지해야 하며, 횡단보도 위에서 보행자에게 위험을 발생케 할 가능성이 없을 때만 서행으로 지나갈 수 있다.

 

녹색 등이거나 녹색 점멸 중일 때 보행자가 갑자가 뛰어 나오는 걸 못 보고 그를 위험에 처하게 하거나 다치게 하거나 사망케 했다면, 당연히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이고 이에 따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녹색인 한 횡단보도 위의 사람은 보호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횡단보도 신호등이 적색일 때는 어떨까?

 

이때는 횡단보도가 없어지고 차도가 다시 열리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횡단보도가 그려져 있기는 하지만, 없는 것으로 친다.

 

그렇기 때문에 횡단보도 신호등이 적색임에도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는 사람은 '무단횡단'을 한 것이 된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녹색 점멸하다가 적색으로 바꿔도 마찬가지로 그 순간부터는 '무단횡단자'가 된다.

 

도로교통법 제10조 제5항

보행자는 안전표지 등에 의하여 횡단이 금지되어 있는 도로의 부분에서는 그 도로를 횡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렇다면 이른바 '무단횡단자'는 무시하고 운전해도 되느냐.

 

당연히 그렇지 않다.

 

그때는 다음의 규정이 적용된다.

 

세 번째.

 

도로교통법 제48조(안전운전 및 친환경 경제운전의 의무) 제1항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차 또는 노면전차의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야 하며, 도로의 교통상황과 차 또는 노면전차의 구조 및 성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8. 3. 27.>

 

'안전 운전 의무 위반'을 단속하는 근거 규정이다.

 

운전을 하면서 사람을 위험하게 하면 안 된다는 의무.

이 법은 '보행자 보호 의무' 법보다 2년 앞서 개정된 만큼 훨씬 오래된 법이다.

 

녹색 신호에 진행하다가도 일단 사람이 보이면 그를 보호하면서 운전을 해야 한다.

운전자와 무단 횡단자 등 각자의 과실 비율을 따지는 건 이후의 문제다.

만일 운전자의 과실 비율이 0이라면 당연히 무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있든 없든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할 경우가 있다.

 

마지막 네 번째.

도로교통법 제27조 제7항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제12조제1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 설치된 횡단보도 중 신호기가 설치되지 아니한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설치된 경우에는 그 정지선을 말한다)에서는 보행자의 횡단 여부와 관계없이 일시정지하여야 한다. <신설 2022. 1. 11.>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