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알바 이야기

단건 배달 서비스는 과연 없어질까?

갱이 오빠 2022. 4. 6. 02:01

이야기를 하기 전에 배달 주문을 하는 고객분들께 알려드릴 기정 사실이라는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배달의 시작이란 중국집 공짜 배달을 흔히 생각하죠.

 

과거 상당 기간 노동법따위 무시하면서 나이 어린 배달 직원들을 마구 부려먹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배달 직원이 주방 보조까지 해야 했던 암흑기죠.

 

공짜 배달의 추억을 좋은 기억으로 가진 분들은 그때 그렇게 혹사된 노동을 이용하셨거나 가게 사장님이 직접 하는 배달을 경험하신 겁니다.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시대가 됐죠.

 

지금 기준으로 배달 직원을 두려면 엄청난 비용을 감내해야 합니다.

 

그래서 배달 대행업이 생겨난 거죠.

 

직접 고용했을 때 부담할 위험을 고정 비용으로 전문 업체에 위탁하게 된 겁니다.

 

즉 배달원을 상대적으로 싸게 이용할 방법이 생긴 겁니다.

 

따라서 일부 사장님이나 직원이 직접 배달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배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건 이미 공통된 인식이 됐습니다.

 

부담이 돼서 싫다고 하면서도 어찌할 수 없다는 게 팩트라는 겁니다.

 

솔직히 '꼬우면 직고용하세요'라고 하는 시대가 됐다는 거죠.

 

그런 바탕을 공유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현재 단건 배달 서비스는 배민원과 쿠팡이츠 두 가지 플랫폼이 담당하고 있죠.

 

요기요 익스프레스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단건 배달 서비스가 아니라, 배달 빠른 가게와 빠른 배달을 원하는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개념일 뿐이어서 이 범주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쿠팡이츠의 '치타배달 배지'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최근에는 지역 일반 배달대행업체들(부릉, 만나이츠 등)도 단건배달 서비스를 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단건 배달 서비스 이용료가 너무 비싸서 소비자와 상점주들이 배민원과 쿠팡이츠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소식들이 여기저기서 들려 옵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단건 배달이 시장에서 사라질까?

 

그럼에도 단건 배달은 없어지지 않을 확률이 훨씬 더 큽니다.

 

 

쿠팡이츠가 처음부터 단건 배달만 고수했던 것에 뒤이어 배민도 번쩍 배달이라는 이름으로 단건 배달에 뛰어들더니 그 정식 명칭을 배민원으로 바꿔서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쿠팡이츠와 달리 배민의 경우 단건 배달과 묶음 배달을 병행하고 있고, 단건 배달은 '배민원', 묶음 배달은 '배민', 이렇게 두 채널로 주문을 받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배민원이든 일반 배민이든 늦게 오면 어차피 짜증을 내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배달 현장에서는 오히려 요즘같이 일반 배민 주문 증가로 일반 배대 물량이 많아지자 일반 배민 주문 건이 제때 픽업되지 않아서 뒤늦게 배민커넥트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늘고 있죠.

 

전체적인 배달 총량이 있는데, 일반 배민 배차로 그 물량들이 원활하게 빠지지 않으면 그 물량이 도로 배민커넥터에게 단건 배달 주문으로 둔갑하여 흘러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업주의 경우에는 어느 것 하나도 버릴 수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배달 직원을 직고용한다면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써야 한다는 걸 모든 상점주님들이 다 아십니다.

 

그래서 배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도 다 아십니다.

 

그걸 기정 사실로 인정하고 보겠습니다.

 

요즘.

실제 가게를 보고 있으면 배민커넥터들과 쿠팡쿠리어들은 제 때 오거나 빨리 오는 비율이 높은데 반해, 일반 배달 대행의 경우 한참이 지나도 안 오는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가게 와서 새로 콜을 하나 더 잡고 그 음식 나올 때까지는 기존 배달이 안 되는 경우도 생기죠.

 

묶음 배달의 단점이 다시 부각되는 겁니다.

 

어쨌든 시간이 필요할 뿐 결국 중간 지점을 찾게 될 겁니다.

 

소비자 부담 배달료의 경우는 예전에 올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적응 기간이 있겠죠.

 

빨리 먹고 싶으면 그만큼 돈을 더 내고 단건으로 시키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됩니다.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을 포기하고 묶음을 허용하려면 일반 배차 시스템을 도입해야하는데 그럴 리가 없기 때문에, 혹시라도 배민이 단건 배달을 포기할까 하는 기대는 어렵다고 봅니다.

 

물론 단건 배달이 확대될 수록 매출은 늘지만 순수익은 줄어드는 구조라는 건 불가피하죠. 하지만 다른 사업에서 충분히 수익을 내는 사업 구조를 가진 기업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배달을 업으로 하면서 단건 배달을 포기한다는 건 서비스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다른 사업 부분에서 창출된 이익을 단건 배달에 일부 벌충하는 정도로 회사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할 방법만 있다면, 단건 배달이라는 사업부(또는 계열사)를 폐지할 이유가 없어지죠.

 

통계적으로도 처음부터 단건 배달을 고집했던 쿠팡이츠는 주문량이 계속 늘어난 데 반해 배민의 경우 묶음 배달을 고수하는 동안은 주문량이 줄어갔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배민이 쿠팡을 따라서 단건 배달을 새로 론칭하면서 다시 주문량이 늘어났죠.

 

 

기본적으로 소비자는 단건 배달을 선호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누구나 내가 주문한 음식이 곧바로 나에게 올 것을 기대합니다. 또 다른 음식들과 함께 섞여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단건 배달 선호 심리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는 겁니다.

 

다만 합리적 선택을 위해 배달료 부담을 변수로 고려한다는 현상이 있는 것이죠.

 

 

결국 상점주와 소비자로서는 일반 배달대행과 배민커넥터, 쿠팡쿠리어 중 어떤 쪽을 선택할 거냐는 문제만 남습니다.

 

또 배달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사람들 중 배민이나 쿠팡이츠로 다져진 경험을 발판삼아 일반 배달대행 사무실에 들어간 경우라고 해서 반드시 수입이 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어떤 사무실의 경우에는 고의적인 '꿀콜 나눠먹기 후 똥콜 뿌리기'로 배민, 쿠팡할 때보다 수입이 더 떨어지는 신규들이 비싼 비용 들여가며 들어갔던 사무실을 다시 나오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는 것도 사실.

 

배달이라는 시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단건 배달 서비스가 사라질 가능성은 확률 50%를 기준으로 한다면 그보다 낮다고 보는 게 훨씬 합리적입니다.

 

현재 배달료만 비교해보면 쿠팡이츠가 일시적으로는 월등히 낮은 수준으로 낮추면서 시장점유율 높이기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배달 파트너(쿠팡 쿠리어)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낮은 배달료만큼 배달 파트너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도 낮아지니까요.

 

쿠팡이츠라고 하여 언제까지나 지금과 같이 낮은 배달료 정책을 유지할 수는 없을 겁니다.

 

고객 유치가 어느 정도 됐다고 판단되면 다시 이전 수준으로 상향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또다시 배민과의 차별점을 잃게 될 것이 뻔합니다.

 

이럴 때 배민이 잘 생각해야 합니다.

 

배달료 분담 기준을 재설정하고 배민커넥트에 돌아갈 몫도 현실화하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